달려라, 수퍼우먼

inamigination   2008/09/25 22:57


알람도 없이 문득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6시 10분.
7시 50분 기차였지, 아마? 20분 정도는 더 눈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눈을 감는다.
강의할 화일들을 노트북에 복사하는 일, 타이틀 페이지를 만들어 넣는 일 정도는 5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잠깐. 6시 50분이 아니었던가? 용산에서 떠나는 전주행 기차의 출발시각은.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아뿔싸. 기차를 타기에는 이미 틀어져 버린 시각이다.
어젯밤 제일기획 팀들과 함께 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던 음주로 혼미하였던 정신이 사색이 되어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필이면 오늘 꼭 전주로 내려가야만 하는 이유는 전북대의 김태호 교수께서 디자인과 학생들을 위해 특강을 요청하셨기
때문이다. 하도 간곡히 부탁을 하시니 수락을 하기는 했으나, 처음부터 정말 자신없는 스케줄이었다.
수요일 저녁 스케줄은 한 달 전에 미리 서로 시간을 맞춰 두었던 일이니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변동사항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마땅했고, 그러자니 늦은 시간까지의 음주는 예정된 일이었다.
전주까지 가자면, 기차던 버스던 강남 기준으로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되어야 하니, 11시에 맞추자면 7시 훨씬
이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여, 내린 솔루션은 기차표를 예매해 두고 어제 저녁약속을 변동없이
강행하여 (<함께 사는 사회> 마감 중이기까지 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차에 몸을 싣기만 하면 잠을 좀 잘 수
있으리라 계산하였던 것인데, 음주와 늦잠 덕분에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몸을 추스려 운전대를 잡은 것이 7시 20분. 이것만은 막아보려 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속으로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혼미한 머리, 피로한 몸을 이끌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시간에 늦을까 조바심까지 내야 하는,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7시 반에서 11시반까지, (전주 시내에서 50분 가까이 길을 잃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 결국 11시에 맞추지 못하고
말았다) 강의를 마친 1시 반경 (어제의 음주의 영향으로 강의는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 그대로 되돌아 서서 출발,
서울에 도착한 5시 반경까지, 도합 8시간을 운전한 기록적인 날이었다. 휴게실에 들른 것은 돌아올 때 1번 뿐이었으니
정말 엉덩이에 쥐가 날 정도였다.

오늘..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별사고없이 무사히 제 자리에 돌아온 것을 감사히 여긴다.
오늘과 같은 상황이 내 인생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T-T
 
2008/09/25 22:57 2008/09/25 22:57
이 수미 2008/09/26 11:20 P X R

대표님은 목숨이 두개인가 보오....

dreaming 2008/09/26 13:26 P X R

그러게 말이오. .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나 미친 짓이었다고 생각하오...

김승현 2008/09/29 10:55 P X R

읽던 제가 다 피곤해지네요. 어떤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내셨을지 감이 확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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