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inamigination 2009/01/03 13:38
2009년 1월 1일 오후 5시 38분 :
어제 점심 메뉴로 무생채 비빔밥을 만들려고 무를 다듬다가 꽁지 부분을 잘라 물에 담갔다.
햇살이 잘 드는 곳이 두었더니.. 아하, 어느새 용트림을 하며 다시 무청이 자라난다.
너무 이뻐서 한 장 찍어 두었다.

2009년 1월 3일 오후 1시 18분 :
이틀 사이 무청은 확실한 크기로 쭉쭉 잎의 모양을 드러낸다.
너무도 기특해서 또 한 장 찍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몸통을 모두 잘리우고 쓰레기통에나 던져지면 딱 맞을 자기 처지를 비관은 커녕
바닥에 깔린 물을 감지덕지 빨아들이며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햇살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

2009년 1월 11일 오전 10시 04분 :
다시 일주일이 지난 일요일 아침.
어느새 나는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무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무청을 위해서도 '관객'은 필요할 것이다.
그의 성장을 애정과 격려의 눈으로 지켜보는 관객의 눈이 되어 이곳에 기록을 더한다...

2009년 2월 8일 오후 2시 16분 :
한동안 잊고 있던 무싹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관찰을 했을 때로부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꽃대가 자라나 노란 무꽃을 피웠다.
하지만 형편없이 망가져 있는 무 꽁지 부분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아무 것도 더는 바랄 게 없다는 듯.
하잘것 없는 한 토막의 무꽁지가 꾸었던 꿈..
그 꿈은 무꽃이 지고난 후에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깊은 감동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