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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2 어머니의 꽃밭 (4)
2008/12/25 크리스마스 이브
2008/10/06 Slipping Through My Fingers (4)
2008/08/18 그 꿈 이룰 수 없다 해도..


어머니의 꽃밭

familytalk   2009/02/02 18:30


어머니는 내가 전화를 하거나 집에 들르면 늘 조급해 하신다.
"너 바쁜데 어서 끊어라." "너 힘들 텐데 어서 가서 쉬어라."
잠깐이나마 나의 시간을 축내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설 전날 잠깐 들러 부엌에서 이런저런 일손을 거드는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신다.
당신이 짬짬이 그려놓은 그림을 내게 보여주고 싶으시다는 거였다.
우리 집 세 딸이 모두 '미술'과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재능이 다 어디서 온 거겠는가만
어머니는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홀로 그리는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테크닉이야 어떻든지 그림 안에 배어있는 어머니의 감수성은 보는 이의 마음을 푹 젖어들게 한다.

어머니가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사용하고 계시는 방은
어릴 적 우리 자매들이 피아노를 연습하던 방이다.
아직도 어릴 적 피아노가 놓여 있는 그 방에 그간의 작품들을 좍 펼쳐놓으니
어머니는 마치 꽃밭에 앉으신 양, 당신 스스로가 이름 모를 어여쁜 한 송이 꽃이 되신다.

어머니의 그림은 어머니의 못다 펼친 시간들에 대한 회상이다.
우리 세 자매를 위해 모든 것 다 내어주시느라
어머니 자신을 위하여는 정작 꾸어보지조차 못한 꿈이다.

나를 위해 좍 펼치셨던 그림을 다시 차곡차곡 포개놓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젊었던 시절의 어머니가 꾸었을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내가 지고 있는 빚에 대해 생각해본다.
모든 어머니들에 대해 모든 자식들이 지고 있는
도저히 갚을 길이 없는 그 빚에 대해 가슴이 뻐근해지도록 생각을 해본다...




2009/02/02 18:30 2009/02/02 18:30
sumi lee 2009/02/03 11:05 P X R

울엄마가 나보다 훨신 더 painting을 잘하시는것 같아~~장한 어머니~~
우리들의 영원한 inspirational 샘물~

dreaming 2009/02/03 13:27 P X R

우리 엄마가 만일 지금 시대에 태어나 당신의 스스로의 삶을 사실 수 있었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셨을까..? 궁금해..

ium 2009/02/03 21:50 P X R

언니~ 이 사진 정말 좋다!!
엄마 그림 정말 좋은거 같아..

dreaming 2009/02/05 15:41 P X R

좀처럼 한자리에 하기 어려운 우리 세 자매가 여기서 다 모였네..!
^_^

내친 김에 사진 한두장 더 올려놓았다네..


크리스마스 이브

familytalk   2008/12/25 00:33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는 바프의 연말방학이다.
일년 동안의 노고를 스스로 치하하고 위로하며 한 해를 여유있게 마무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 벌써 몇 해째 이어지고 있으니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각자의 휴가와는 상관없는 '덤'이며, 그 조건은 '서울을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이다.
이유는, 혹여라도 우리의 방학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지장을 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필요하다면 언제든 누구라도 'available'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만으로도 설레이는 방학..
그러나 정말 말이 씨가 된다고 24일 오전에도 기어코 회의가 잡히고 말았다.
삼성그룹사외보 <함께 사는 사회> 1-2월호 기획에 대한 확정 회의이다.
그러나, 미팅을 위해 방문한 제일기획의 뒤숭숭한 분위기에는 자숙할 수 밖에 없었다.
정원의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감원의 물결 속에 직장을 떠나야 하다니..
전 세계가 불황의 늪 속으로 점점 깊숙히 빨려들어가고 있는 요즘
어디에도 희망의 징조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점점 더 몸을 움츠린다.

크리스마스 이브..
남편과 함께 조촐하게 저녁식탁을 마련하여 부모님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아버지는 수빈에게 주신다며 '손뼉치면 지저귀는 신기한 새' 장난감을 선물로 가져 오셨는데
연거푸 손뼉을 치시며 새소리를 들려 주시려는 천진한 그 마음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어느새 제 인생을 찾아 활기찬 날개짓을 하고 있는 스무 살도 넘은 손녀이지만
언제나 고까옷 입고 재롱 떠는 손녀를 대하듯 할아버지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
(정작 수빈은 이제 막 시작한 'Dream Girls' 뮤지컬 일이 바빠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엄마는 감기로 고생을 많이 하신 탓인지 얼굴이 좀 부어 있었지만 그래도 심각한 걱정은 없다.
아버지는 은퇴 후 평생 해보지 못한 일들에 조심스레 도전하시며 노후 생활을 즐기시는 듯 하다.
추운 겨울 밤 가족이 함께 둘러 앉은 따스한 저녁식탁.. 이 이상의 큰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을 듯 하다.
남편이 솜씨를 부려 만들어 준 '녹차라떼'의 부드러운 크림 이상의 호사는 이 세상에 없을 듯 하다.

2008/12/25 00:33 2008/12/25 00:33


Slipping Through My Fingers

familytalk   2008/10/06 01:11


어제 영화 버전의 '맘마미아'의 OST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지난 주 영화를 본 후 뭔가 가슴 찡한 부분이 있었던 듯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 것이다.
CD 플레이어에 음악을 걸며 남편이 불쑥 묻는다.
메릴 스트립이 결혼식 전날 딸내미 머리 빗겨주면서 부르던 노래.. Slipping through.. 그거.. 맞지?
그거 보면서 뭐 특별하게 생각나는 거 없었어?
하도 의외의 질문이라 어안이 벙벙해서 거꾸로 무슨 특별한 생각이 나더냐고 남편에게 물으니
애 학교 갈 때.. 그런다.

참, 나..
작년 여름 뉴욕 여행 중 셋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러 갔을 때
내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도 멀뚱멀뚱 하더니, 이게 웬 뜬금없는 감정의 변화란 말인지.
일년 사이 부쩍 늘어난 남편의 여성 호르몬 수치를 의심해볼만 하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영화에서 엄마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어느새 성장하여 결혼을 하는 딸과 마지막 하루를 보내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듯한 지난 세월에 대한,
미처 못다 나눈 딸과의 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남편이 그랬듯, 나 역시도 딸을 처음 초등학교에 보낼 때의 생각이 난다.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아~ 하며 집을 나서는 어린 딸의 조그만 어깨, 조그만 뒷모습을 보며
만일 오늘 저녁 다시 아이를 볼 수 없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면서 험한 세상에 아이를 홀로 내놓는 엄마의 심정에
지금 저 대문 밖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내가 마지막 보게되는 모습은 아닐지,
아침마다 마음 속으로 비장한 각오를 하고, 또 하던 시절이 생각 난다.
말로는 사랑한다 하면서도 정작 나는 늘 내 일을 위해 나의 하루를 온전히 내주어야 했으므로
딸은 늘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개척해 나가야만 했던 시간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긴 세월이 되어버렸다.

중학교 졸업식날 딸은 전날 밤 젖은 머리를 꽁꽁 땋아 만든 '웨이브'로 한껏 멋을 내고
여자로서 성숙을 더해갈 미래에 대한 꿈을 가슴에 품으며
소녀시대를 마감할 마지막 퍼포먼스를 위해 교탁 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단체기합으로 엉덩이를 맞다 꼬리뼈를 다쳐 중3 일년간을 고생했던 흔적-
아빠에게 부탁을 해 특수제작을 한 구멍뚫린 의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참으로 미안하게도 나는 딸이 수없이 정형외과에 치료를 다닐 때 단 한번도 동행을 해주지 못하였다.)
그렇듯 딸은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으며, 고맙게도 늘 그러려니 하며 씩씩하게 자라 주었다.
 


세월이 지나 어느덧 대학생이 된 지금도 딸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해도 변함없이 씩씩하다.
얼마 전 가나자와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계단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어 발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하였음에도
딸은 붕대를 칭칭 감은 발가락에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스스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기발하고 거침이 없어 보는 사람 모두에게 걱정대신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가위로 앞부분을 도려내어 샌들로 급조를 한 신발을 신고 거리를 활보하며
예정하였던 계획을 모두 차질없이 마칠 수 있게 하였던 그 씩씩한 마음,
일본어 전자사전을 뒤져가며 약국에서 '소염제'를 찾아내던 그 기특한 모습은
아마도 딸의 결혼식 전날에 떠올리게 될 또 하나의 미안하고도 사랑스러운 추억의 장면이 될 것 같다.



맘마미아의 OST를 듣던 남편이 또 불쑥 말을 던진다.
난 이제부터 수빈이가 사달라는 건 뭐든지 다 사줄거야.
Slipping through fingers.. 지나가면 다 소용없어. 있을 때 잘해야지..

오늘 남편은 거금 70만원을 선뜻 지불하며
딸이 그간 원하였던 18-200mm짜리 카메라 렌즈를 샀다.
몇시에 들어올거냐고, 딸에게 두번, 세번도 더 전화를 하며
딸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생일이 아니어도,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남편은 딸을 기쁘게 할 무언가를 선물하는 것으로
먼 훗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 시간들을 안타까워하게 되지 않도록
자기 방식대로의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2008/10/06 01:11 2008/10/06 01:11
장주희 2008/10/07 10:44 P X R

수빈양..반가와요.
씩씩한 모습보면 내 딸내미도 저리 키울 수 있을까.. 걱정반, 부러움 반 ..
여러 생각이 드네.
요즘 딸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데 위로받고 갑니다.^^

dreaming 2008/10/07 13:17 P X R

천국도 지옥도 아닌 그냥 '지구'에서
엄마랑 딸이 만나면 더 반갑답니다...
^_^

Susan Bae 2009/01/11 10:37 P X R

Dear Nami,
Will you tell Soovin how much we miss her?
When will she come back to visit?

dreaming 2009/01/12 12:48 P X R

She says she misses the wonderful moments she had with you, Alex and Jacky in Detroit.
This time we'll get together in Seoul and have another wonderful memory to share..


그 꿈 이룰 수 없다 해도..

familytalk   2008/08/18 16:12


'돈키호테(Don Quixote)'라고 알려져 있는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근간으로 탄생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mancha)'.
찌그러진 세숫대야를 황금투구라 우기며 비루먹은 말 한마리와 아둔한 몸종을 데리고 '세상의 모든 부정과 비리에 맞서 싸우고자'
길을 떠나는 미치광이 기사의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이 소설에 이처럼 깊은 인간의 '삶과 희망, 꿈'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릴 적 읽었던 '돈키호테'의 한국어 번역판의 '가벼움'이 문제였거나, 나의 형편없는 독서수준을 탓해야
하거나, 아무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한 돈키호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충격적이다.

그것은 아마도 대일 와써맨(Dale Wasserman)이라는 각색자의 엄청난 재능이 만들어 낸 '일대 사건'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작가 세르반테스를 극 중에 포함시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극 중 극' 형식의 창의적 구성을 비롯,
거리의 여자 '알돈자'의 역할의 확장을 통하여 순결한 숙녀 '둘시네야'의 존재를 그리며, '거울의 기사' 등 놀라운 풍자의 설정들을
새롭게 삽입한 점 등,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성공의 반은 극작가의 재능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일요일, 수빈의 주선으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성공의 또 다른 주역인 연출가 데이빗 스완(David Swan)씨와
점심을 함께 하였다. 너무도 소박하고 천진한 성품의 이 남자가 바로 그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뮤지컬 연출가라니..
거꾸로 생각하면, 열여섯이라는 나이 때부터 노래와 춤을 사랑하여 뮤지컬 속에 푹 파묻혀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다 보면
그런 소박하고 천진한 성품을 지닌 세계적인 연출가가 되는구나.. 라는 가정이 성립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일찌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에 푹 빠져 살다 보면 저런 얼굴, 저런 명성을 갖게 되는거로구나..라는. 
수빈은 이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연출 통역을 맡아 자기 표현처럼 '인생의 황금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고의 뮤지컬 연출가를 '독선생님'으로 모시고 배우고 싶었던 뮤지컬 연출 공부를 원없이 배우고 있는 셈이니,
그 엄청난 행운을 놓칠세라 연습실에서 극장에서, 밤늦게까지 보내는 날들이 몇 주씩 이어져도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이다.

몇년 전 어느 겨울, 삶이 지겨워 어쩔 줄 모르는 듯한 표정을 한 중학교 2학년짜리 여자애를 구원하기 위한 묘책으로
뮤지컬 '렌트(Rent)'에 데려갔던 날이 기억난다.  그 밤 여자아이의 인생은 통째로 뒤집어졌고 그 위로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뮤지컬을 통해 갖게 된 자기 인생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으로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던
아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더랬다.
 
공연을 연습하는 내내 수빈은 집에서 밥을 먹을 때나 샤워를 할 때나 층계를 오르내릴 때나, 끊임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 중에서 나도 이미 외워버린 구절 "둘시네야. 둘시네~야.."는, 극의 마지막 부분 죽어가는 돈키호테에게 다시 '꿈'을
되살려 주기 위해 돈키호테가 그녀를 위해 불러주었던 바로 그 노래를 둘시네야가 부르는 장면에 이르러
왜 수빈이 그 노래를 늘상 입에 달고 다녔는지를 이해하며 나역시 벅찬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에 있지 않다.
꿈의 가장 소중한 부분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꿈꾸기를 포기하는 않는 바로 그 상태에 있음을
돈키호테가 부르는 '이룰 수 없는 꿈(Impossible Dream)'의 가사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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